명확성의 역설

2026-02-24

명확성의 역설

혁신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 왜 성공 이후에 그 혁신성을 잃어버리는 걸까. 스타트업 씬을 보면서 종종 드는 의문이다. 초기에는 날카롭고 빠르고 과감했던 조직이, 어느 순간부터 느리고 무난한 회사가 되어 있다. 시장을 뒤흔들었던 팀이 몇 년 뒤에는 시장에 맞추는 팀이 되어 있다.

Greg McKeown은 Essentialism에서 이걸 'The Paradox of Success'라고 설명한다. 네 단계로 이루어진 구조다. 

  • 첫째, 목적이 명확할 때 그 명확성이 성공을 이끈다. 

  • 둘째, 성공하면 주변의 기대와 선택지가 늘어난다. 기회가 찾아오고, "당신이라면 이것도 할 수 있다"는 제안이 쏟아진다. 

  • 셋째,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노력이 분산된다. 

  • 넷째, 노력이 분산되면 처음 성공을 가능하게 했던 명확성이 흐려지고,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여에서 멀어진다. 성공이 성공의 조건을 무너뜨리는 구조다.

스타트업 씬에서도 이 패턴은 반복된다. 초기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는 단순하다. 하나의 문제에 모든 걸 걸기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하니까 선택지가 없고, 선택지가 없으니까 오히려 집중이 된다. 

그런데 성공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투자가 들어오고, 사람이 늘고, "이것도 해볼까" "저 시장도 가볼까" 하는 순간이 온다. 가능성이 넓어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가능성이 곧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성장 이후에도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조직은, 기회를 잡는 조직이 아니라 기회를 거절할 줄 아는 조직이 아닐까.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날수록, 하지 않을 일을 정하는 것이 더 어렵고 더 중요해진다.

명확성의 역설초기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는 단순하다. 하나의 문제에 모든 걸 걸기 때문이다.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일과 사람, 그 사이에서 마주친 질문들을 짧게 적어둔다. 본질에 가까운 마찰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익숙함 바깥의 질문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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