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기 전에 보이는 것들

2025-02-07

적응하기 전에 보이는 것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면 유독 많은 것들이 눈에 밟힌다. 

입사 초기, 스프린트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스크럼이라고 부르기엔 뭔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회고에는 개인의 감상만 나열될 뿐 다음 스프린트에 반영할 개선점이 나오지 않았고, 스탠덥 미팅은 각자 할 이야기만 던지고 흩어졌다. 짧은 주기 안에서 점검하고 개선하는 게 스크럼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본질 없이 형식만 돌아가고 있었다. 

내부 위키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저것 섞인 서류뭉치 같았고, 정리를 하려 해도 폴더 구조가 모호해서 어디에 뭘 넣어야 하는지부터 헷갈렸다. 

그래서 일단 손이 닿는 것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문서를 재배치하고, 가이드를 만들고, 구조부터 잡아놓았다.

돌이켜보면 그때 보였던 것들이 전부 진짜 문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손을 대게 됐고, 초기에 느꼈던 위화감이 그대로 과제가 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때 그렇게 선명하게 보였던 것들이 몇 달 뒤에는 안 보이게 된다는 거다.

왜 안 보이게 될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생기기 때문이다. 매일 얼굴을 보고, 함께 고생하고, 좋은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면,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진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결과물은 나온다. 숫자가 나오고 일이 돌아가면,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누구나 그렇다. 적응이라는 건 그런 거다. 불편함이 서서히 무뎌지는 과정.

이걸 알기 때문에 처음 며칠간의 시선을 의식적으로 붙잡으려 한다.
아직 그 조직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을 때,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들. 그게 가장 정직한 시선이다. 나는 그때부터 느낀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적응한 뒤의 나는 이미 그 조직의 사람이라, 처음의 눈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적응하기 전에 보이는 것들익숙하지 않을 때,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들. 그게 가장 정직한 시선이다.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일과 사람, 그 사이에서 마주친 질문들을 짧게 적어둔다. 본질에 가까운 마찰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익숙함 바깥의 질문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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