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는 다른 행복한 상상

2026-08-13

현실과는 다른 행복한 상상

얼마 전 창업을 하고 싶다는 동생을 만나 함께 밥을 먹었다.

“왜 창업을 하고 싶은데?”

인생은 한 방이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큰 도전 한 번쯤은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성공해서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야기를 듣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친구는 정말 창업을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창업으로 큰돈을 번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은 잘못이 아니다. 그것도 충분히 강력한 동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창업을 하고 싶은 것과 창업에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그가 가져온 아이디어는 여행 가이드 플랫폼이었다.

여행객과 현지인(로컬 매니저)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머릿속에는 그럴듯한 그림과 몇 장의 스케치가 있었다.

나는 왜 하필 플랫폼인지 물었다.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지, 여행 과정에서 직접 불편을 겪었는지, 기존 서비스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했다.

“플랫폼이 성공하면 크게 벌 수 있잖아.”

해결할 문제를 찾은 뒤 플랫폼을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대박이 났을 때 가장 커 보이는 사업의 형태부터 골라 온 셈이었다.

플랫폼은 시작하기 까다로운 사업이다. 여행객만 모아도 안 되고 가이드만 모아도 안 된다. 양쪽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충분히 존재해야 하고, 낯선 사람끼리 거래할 수 있도록 신뢰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없으면 가치가 없고, 가치가 없으니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

이런 구조가 왜 어려운지 설명했지만 대화는 자꾸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어려운 것은 당연하고, 성공하기만 하면 크게 벌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에게는 성공할 확률보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훨씬 선명해 보였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마케팅

그럼 초기 이용자는 어떻게 모을 생각인지 물었다.

“이 사업은 마케팅이 터져야지 시작할 수 있어! 일단 SNS 콘텐츠를 만들어서 대박을 만들면 그때는 문제가 해결돼.”

그가 그리는 사업의 시작은 이랬다.

  • SNS 콘텐츠를 하나 크게 터뜨린다.

  • 100만 조회수(혹은 그 이상)를 만든다.

  • 사람들이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 이용자가 늘어난다.(=플랫폼의 딜레마를 해결한다.)

  • 사업이 성공한다.

그러나 조회수와 가입 사이에도, 가입과 거래 사이에도 큰 틈이 있다. 그 틈을 무엇으로 메울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100만 명이 영상을 본다고 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구경한다고 해서 가입하는 것도 아니고, 가입한다고 해서 거래하는 것도 아니다. 한 번 거래했다고 계속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조회수가 많다는 사실과 좋은 사업이라는 사실 사이에는 생각보다 먼 거리가 있다.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할 때 정답을 말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편이다.

내가 아는 답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고민해서 찾은 답이 더 오래 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몇 가지를 물었다.

  • 이 사업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무엇인가.

  • 그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겪는 고객은 누구인가.

  • 그 고객은 지금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이 서비스를 선택할 이유는 무엇인가.

  • 이 서비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 고객이 단순히 한 번 사용해 보는 것을 넘어, 좋아하고 계속 찾을 이유는 무엇인가.

  • 누가 돈을 내고,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것인가.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만들기 위해 묻는 것은 아니었다. 이 사업이 정말 필요한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질문을 몇 개 더 던져도 대화는 다시 마케팅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일단 마케팅이 크게 터지면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 마음을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직 만나지 못한 첫 번째 고객을 생각하는 것보다, 수많은 이용자가 몰려온 뒤의 모습을 상상하는 일이 훨씬 즐겁다. 새로운 일을 구상할 때면 나 역시 과정은 건너뛰고 성공한 미래부터 그려 보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마케팅은 고객이 느끼지 못하는 가치를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다. 좋은 마케팅은 사업의 빈칸을 감춰 주는 마법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라 생각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빠르게 붓는다고 해서 독이 채워지지는 않는다.

큰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도, 한 번쯤 크게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좋은 연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연료만으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는 없다.

창업은 100만 명의 박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를 실제로 겪고 있는 단 한 사람.

사업은 아마 그 사람에게서 시작될 것이다.

현실과는 다른 행복한 상상—마케팅이 사업의 빈칸을 채워 줄 수 있을까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일과 사람, 그 사이에서 마주친 질문들을 짧게 적어둔다. 본질에 가까운 마찰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익숙함 바깥의 질문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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