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이 이용하고 있는 어떤 서비스의 PO와 인터뷰를 했다. 이번에는 내가 고객으로서.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조언을 구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서비스를 쓰면서 궁금했던 것들이 꽤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PO와 직접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으니 좋은 기회 아닌가!
미팅이 시작되고 간단히 소개를 나눈 뒤, 그는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노션에 미리 만들어 온 페이지를 보여주며 우리가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을지 설명했다. 곧 출시할 기능과 그 기능을 사용하면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우리를 위해 미리 살펴보고 준비했다는 것은 느껴졌다. 다만 그가 준비한 이야기의 방향은 내가 궁금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중간에 질문을 해보려고 몇 번 타이밍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마땅한 틈이 없었다. 하나의 설명이 끝나면 곧바로 노션의 다음 내용으로 넘어갔고, 그는 준비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에 바빠 보였다.
조금 벙쪘다.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했고, 내가 생각했던 고객 인터뷰의 모습과도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나는 할 말이 꽤 많은 상태로 미팅에 들어왔는데, 정작 한동안 질문할 틈을 기다리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생각한 미팅은 고객 인터뷰보다 서비스 활용 상담에 가까웠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궁금했던 것들은 결국 다 물어봤다. 답도 들었고, 조언도 구했다. 다만 그때는 이미 미팅이 시작된 지 30분 정도가 지난 뒤였다.
나는 고객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일단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무엇을 좋다고 생각하는지. 어디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우리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이미 있는 기능인데도 존재를 모르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다 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용 방식이나 문제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물론 나도 고객을 만나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이런 기능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고, 그렇게 사용하기보다는 이렇게 사용하면 더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고객이 겪는 문제를 들으면 바로 해결책을 이야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는 고객의 말을 충분히 들은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고객이 들려준 이야기와 연결해서 말하면 더 구체적인 답이 되고, 상대에게도 훨씬 잘 닿는다.
그날 미팅을 마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객을 만났다는 것과 고객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다음에 내가 고객을 만날 때는 준비한 이야기를 다 했는지보다, 고객에게 충분히 말할 시간을 주었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될 것 같다.

고객에게 말할 틈을 주는 것—고객을 만나는 것과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