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 시절 창업과 사회공헌이 결합된 동아리 활동을 했다. 졸업한 지 제법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프로젝트 심사나 멘토링 등의 이유로 종종 초청을 받곤 한다.
이번에도 후배들이 새롭게 준비한 프로젝트를 심사하는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대학생 후배들이 열정적으로 준비한 결과물을 보는 일은 늘 즐겁지만, 마냥 좋은 이야기만 해줄 수는 없기에 실질적인 피드백을 건네게 된다.
트리플 바텀 라인, TAM SAM SOM, SWOT, 포지셔닝 맵 등 다양한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발표하는 후배들을 보며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다양한 분석 도구를 활용하는 시도는 좋습니다. 하지만 도구의 핵심이 무엇인지, 도출된 결과가 내포하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그저 양식을 채우는 것에 그친다면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도구의 이면에는 각자의 본질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합니다. 여러분의 논리를 보강하기 위해 여러 분석 결과를 가져왔겠지만, 도구의 핵심을 관통하는 과정 없이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지금 사용한 도구들뿐만 아니라 앞으로 접하게 될 수많은 방법론과 매트릭스 역시, 그 이면에 있는 진짜 본질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해하려 노력했으면 합니다."
후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피드백을 들었지만, 이 이야기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실제 프로젝트에 접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실 현업에서조차 이러한 본질적인 고민의 과정을 거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그럴듯한 도구와 그 결과값에 의사결정을 이관해 버리곤 한다. 도구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사용하기보다는, 애초에 내가 원했던 결론을 정당화하기 위해 도구를 인위적으로 끼워 맞추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은가.
도구를 유창하게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의 핵심을 파악해 제대로 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도구의 본질—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도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도구에 쓰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