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2025-05-14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어느 날 팀의 테크리드님이 나에게 우선순위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티켓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하는가.

 나는 이렇게 답했다. 우선순위는 결국 제품의 핵심가치에 기반해야 한다고.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 핵심가치를 저해하는 것을 제거하는 일

  • 핵심가치를 키우는 일

  • 유저가 핵심가치에 도달하는 길을 단축하는 일

이 세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일들은 대부분 중요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기획과 개발이 맞물리는 실무의 현장은, 늘 내 머릿속 기준처럼 명쾌하게 굴러가지 않는다.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한 일들이 어느 순간 1순위로 둔갑해 내려오는 경우가 있다.
 폰트 크기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일, 픽셀 단위로 UI를 맞추는 일, 핵심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사소한 버그를 고치는 일 같은 것들이다.

 물론 완성도를 높이는 디테일도 중요하다. 그러나 유저가 진짜 가치에 도달하는 경로를 닦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겉보기의 포장지를 완벽하게 만드는 일에 한정된 리소스를 먼저 써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때면, 솔직히 많이 지치고 막막하다. 그것은 단순한 의견 조율을 넘어, 직급의 무게를 견디며 제품의 방향을 방어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선순위의 충돌은 일의 순서를 정하는 문제를 넘어, 우리가 지금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본질이 흔들리는 일이다.

 결국 우선순위를 지킨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 일'을 가려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당장 눈에 거슬리는 결함을 그대로 두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지금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팀원들에게 끊임없이 설득하고 공감대를 맞춰가는 과정 그 자체다.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완벽한 과정은 없다. 무엇을 먼저 할지 정하는 일은, 동시에 무엇을 뒤로 미룰지를 감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 불편함을 매번 감수해내는 것. 그게 우선순위라는 단어의 진짜 무게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무엇을 먼저 할지 정하는 일은, 동시에 무엇을 뒤로 미룰지를 감당하는 일이기도 하다.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일과 사람, 그 사이에서 마주친 질문들을 짧게 적어둔다. 본질에 가까운 마찰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익숙함 바깥의 질문을 꺼내본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