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보다 중요한 것

2026-02-13

양말보다 중요한 것

얼마 전, 결혼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연애와 결혼 생활 근황을 묻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계에서 겪는 다툼 이야기로 흘러갔다.

"내가 많이 예민한 편인가?"

친구가 조심스럽게 꺼낸 이야기는 이랬다. 남편과 함께 살면서 사소한 일들로 자주 부딪힌다고 했다. 최근에는 양말을 세탁기에 넣는 방식을 두고도 크게 다퉜다.

두 사람의 주장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었다.
발바닥이 땅과 맞닿는 겉면이니 뒤집지 않고 빨아야 한다는 친구의 입장과, 땀과 노폐물이 흡수되는 곳은 안쪽이니 뒤집어서 빨아야 한다는 남편의 입장이 맞섰다.

이야기를 듣고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그건 양말을 뒤집어서 빠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봐서는 안 된다.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니즈를 들여다봐야 한다.

친구가 기분이 나빴던 진짜 이유는 남편이 양말을 뒤집어서 빤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세탁이 끝난 뒤 결국 자신이 그 뒤집힌 양말을 원래대로 뒤집어서 개켜야 한다는 상황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해결책도 달라진다. 이 상황을 단순히 양말을 뒤집느냐 아니냐의 문제로 한정 지으면, 결국 어느 한쪽의 양보로밖에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합리적인 타협안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해결책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양말은 남편의 주장대로 뒤집어서 빨되, 건조된 빨래를 개키는 역할은 남편이 전담하는 식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면에 있는 진짜 니즈를 볼 수 있을 때, 제대로 된 문제 정의를 할 수 있다.

양말보다 중요한 것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면 해결책도 달라진다.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일과 사람, 그 사이에서 마주친 질문들을 짧게 적어둔다. 본질에 가까운 마찰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익숙함 바깥의 질문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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