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헬스장을 다니는 뷰티 스타트업 대표님이 있다. 나란히 런닝머신을 뛰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KPI 얘기가 나왔다. 회사의 매출을 KPI로 세웠다고 하셨는데,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매출로 지표를 잡는 건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매출은 후행지표다.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를 보여줄 뿐,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매출이 떨어졌다는 건 알 수 있지만, 왜 떨어졌는지는 매출만 봐서는 모른다. 문제가 보이는 시점에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반면 선행지표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방향을 보여준다.
신규 사용자의 온보딩 완료율, 핵심 기능의 반복 사용률, 첫 구매까지의 평균 소요 시간 같은 것들. 이런 지표가 움직이면 매출은 따라온다. 반대로 이 지표들이 무너지고 있는데 매출만 괜찮아 보이는 시기가 있다면, 그게 오히려 가장 위험한 순간이다. 곧 무너질 건물의 외벽이 멀쩡해 보이는 것과 같다.
후행지표를 KPI로 세우면 팀의 행동이 달라진다.
매출이 목표면 단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할인, 프로모션, 푸시 알림 폭격. 숫자는 일시적으로 올라가지만, 제품이 좋아진 건 아무것도 없다. 선행지표를 KPI로 세우면 팀은 제품 자체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사용자가 가치를 느끼는 순간까지의 거리를 줄이고, 이탈이 일어나는 지점을 파악하고, 핵심 경험을 반복하게 만드는 것. 이게 결국 매출로 이어진다.
대표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매출을 목표로 두되, KPI는 매출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는 지표로 잡는 게 좋겠다고. 매출은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성적표이지, 매일 들여다보며 의사결정할 수 있는 도구는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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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행지표는 이미 벌어진 일의 결과를 보여줄 뿐,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