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은 어떻게 공부하고 훈련할 수 있나요?”
학교 후배가 물었다.
아마 막막했을 것이다. 기획은 개발처럼 명확한 언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바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잘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애매한 영역처럼 느껴질 수 있다.
생각보다 답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직접 해볼 수도 있고, 작은 서비스를 만들어 운영해볼 수도 있다. 좋은 제품의 사례를 분석하거나 아티클을 읽는 것, 실제로 사용자 인터뷰를 해보는 것 모두 도움이 된다. 또 누군가가 만든 기획서를 그대로 따라 써보거나, 이미 있는 서비스를 뜯어보는 것도 충분히 좋은 훈련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자리에서 알려준 방법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무언가를 볼 때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물어보는 것.
기획을 공부한다는 건, 내가 소비하는 것들을 의식적으로 다시 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획 역량은 책을 많이 읽는다고 저절로 늘지 않는다. 물론 좋은 책과 글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기획은 현실의 장면을 보고, 그 안에 숨은 의도와 구조를 읽어내는 능력에 가깝다.
그 훈련을 할 수 있는 재료는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내가 소비하고, 선택하고, 지나치는 거의 모든 것이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분류를 나눠보자면 이렇다.
첫 번째는 내가 선택한 것이다.
나는 왜 그 많은 카페 중에 이곳을 선택했을까. 처음에는 커피 맛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콘센트가 있고 좌석 간격이 넓고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산 것은 커피가 아니라, 방해받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시간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광고를 클릭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왜 이 광고를 클릭했을까. 내가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고, 이 광고는 어떤 가치 제안을 했을까. 클릭 이후 전환까지 이어졌다면 무엇 때문이었을까. 반대로 이탈했다면 어느 지점에서 기대가 깨졌을까.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이 선택한 것이다.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 사람들은 계속 무언가를 보고 있다. 누군가는 쇼츠를 보고, 누군가는 웹툰을 보고,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는다. 왜 어떤 사람은 짧은 콘텐츠를 선택하고, 어떤 사람은 긴 글을 선택할까. 그 선택은 시간 때문일까, 피로도 때문일까, 습관 때문일까.
카페나 매장에서도 비슷하다. 어떤 사람은 메뉴판 앞에서 오래 멈추고, 어떤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익숙한 메뉴를 주문한다. 누군가는 키오스크 앞에서 망설이고, 누군가는 직원에게 바로 묻는다. 그 행동들 안에는 편의성, 불안, 익숙함, 선택 피로 같은 단서들이 숨어 있다.
세 번째는 누군가 설계한 것이다.
어떤 행사에 참여했다면, 왜 이 행사가 이렇게 구성되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왜 이 순서로 프로그램을 배치했을까. 왜 이 장소를 골랐을까. 참가자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고 싶었을까. 주최자는 이 행사를 통해 무엇을 달성하려 했을까.
서비스나 앱도 마찬가지다. 왜 이 기능은 첫 화면에 있을까. 왜 가입 전에 이 정보를 보여줄까. 왜 결제 버튼은 이 위치에 있을까. 왜 이 문구는 이렇게 쓰였을까. 화면 위에 놓인 것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의도와 가설 위에 있다.
이렇게 나눠보면 일상이 조금 덜 흐릿해진다.
내가 왜 움직였는지, 다른 사람은 왜 다르게 움직였는지, 누군가는 왜 이런 방식으로 설계했는지. 같은 장면도 세 가지 질문으로 나눠보면 훨씬 더 많은 단서가 보인다.
이런 질문을 반복하다 보면 일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모든 것은 누군가의 선택으로 만들어져 있다. 버튼의 위치, 문구의 순서, 가격표의 표현, 매장의 동선, 이벤트의 보상 구조, 앱의 첫 화면, 광고의 이미지와 문장. 우연처럼 보이는 것들도 대부분은 어떤 의도와 가설 위에 놓여 있다.
조금 더 구조화해서 보고 싶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사람에게 어떤 가치를 제안하는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무엇을 달성하려는가.
나라면 무엇을 다르게 했을까.
중요한 건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추측한 기획 의도가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 타겟을 잘못 짚을 수도 있고, 목표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이 훈련의 목적은 맞히는 데 있지 않다. 장면을 보고 가설을 세우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기획을 잘하는 사람은 특별한 순간에만 기획하는 사람이 아니다.
평소에 보는 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사람에 가깝다. 자신이 소비하는 것, 사람들이 선택하는 것, 누군가가 불편해하는 것, 어떤 장면에서 이탈이 일어나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본다.
그렇게 쌓인 관찰은 머릿속에 데이터가 된다.
좋았던 경험, 불편했던 경험, 클릭하게 만든 문장, 이탈하게 만든 화면, 다시 방문하게 만든 공간, 끝까지 참여하게 만든 행사. 그런 것들이 하나씩 쌓이면 어느 순간 새로운 것을 기획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재료가 된다.
기획은 기획서를 쓰는 순간에만 시작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보고, 선택하고, 불편해하고, 지나치는 모든 순간에 기획의 재료가 있다. 그 장면 앞에서 한 번 더 묻는 것.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기획 훈련은 어쩌면 이 질문을 일상에 계속 남겨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기획 훈련은 일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습관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