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의 니즈

2025-04-25

이면의 니즈

친하게 지내는 투자심사역 분이 반쯤 농담으로 이런 말을 했다. 

"나한테는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사주와 소개팅을 결합한 소개팅 앱을 만드는 거야. 사주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는 거지!" 

반쯤 농담이었기에 웃어넘겼다. 그런데 집에 와서도 생각이 이어졌다. 소개팅과 소개팅 앱은 뭐가 다를까. 같은 목적인데 왜 우리는 이 둘을 다르게 대할까. 찬찬히 뜯어보니 흥미로운 게 보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니즈와 진짜 니즈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

소개팅 앱들을 보면, 각자 내세우는 가치가 있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들만 모아둔 앱, 직업이 좋은 사람들만 모아둔 앱, 종교가 같은 사람들을 모은 앱, 취미가 같은 사람들을 모은 앱,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대화로만 판단하는 앱. 

왜 이들은 이런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걸까.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게 뛰어난 외모나 좋은 직업이나 같은 종교일까.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 이면에는 하나의 니즈가 있다.


'믿을만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 (한 번 더 들어가자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런데 그걸 보장해줄 방법이 없으니까, "적어도 이건 나와 같은 사람이야"라는 대안적 가치를 제시하는 거다.

일반 소개팅과 비교하면 더 선명해진다. 소개팅에는 주선자가 있다. 우리는 주선자의 판단을 어느 정도 신뢰한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사람이니, 적어도 만나볼 가치는 있겠다고 생각하는 거다. 일종의 보증이다.


소개팅 결과가 안 좋으면 주선자가 미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잘 어울릴 거라고 판단했고, 소개받은 사람도 그 판단을 믿었으니까. 거기엔 책임이 따르는 신뢰가 있다. 소개팅 앱에는 그게 없다. 보증이 없으니 기대도 낮고, 맞지 않으면 쉽게 다음 사람으로 넘어간다. 결국 같은 '사람을 만나는 행위'인데, 신뢰의 구조가 다르니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다.

사람들은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을 잘 말하지 않는다. (사실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에 가깝다.)
"외모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라고 말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이라고 보장할 수는 없으니, 적어도 외모가 뛰어난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라는 뜻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제품에서도 똑같다. 사용자가 요청하는 기능이 곧 그들의 니즈는 아니다. 표면에 드러난 것 뒤에, 한 뎁스 더 들어간 니즈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이면의 니즈사람들이 말하는 니즈와 진짜 니즈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난 것 뒤에 한 단계 더 깊은 니즈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한다.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일과 사람, 그 사이에서 마주친 질문들을 짧게 적어둔다. 본질에 가까운 마찰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익숙함 바깥의 질문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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