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이 배에 타고 있는가

2025-03-21

우리는 왜 이 배에 타고 있는가

내부 고객 인터뷰를 하면서 뼈아팠던 발견이 있다. 
팀원들 사이에서 프로덕트의 존재 이유에 대한 온도 차이가 극심했다. 누군가는 초기 기획의 비전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저 수익 창출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새롭게 추진하는 프로젝트도 뾰족한 공감대 없이 던져진 업무로 인식되어, 오히려 리소스를 분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었다. 같은 배를 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각자 다른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던 거다.

돌아보면 마일스톤 달성에 급급해서, 정작 '우리가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깊게 동기화하는 과정을 놓쳤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소통이 메우고 있다고 착각했다. 매일 얼굴을 보고 일한다고 소통이 잘 되는 게 아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꺼내면 일이 커질까 봐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표면적인 싱크 회의만 반복될 뿐 실질적인 논의는 일어나지 않았다. 방향이 공유되지 않으니 대화의 바닥이 없었던 거다.

제품에 대한 착각도 있었다. 잘 만들어진 웹 페이지로 유저들이 찾아와 주길 바랐다. 하지만 내부 동료들조차 한글이나 워드 같은 독립적인 소프트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글쓰기 환경이라는 건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어떤 소프트웨어에서 몰입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사용자가 숨 쉬는 진짜 작업 환경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능도 의미가 없다.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싶었던 것을 보고 있었다.

속도도 마찬가지였다. 빠르고 즉각적인 실행만을 정답이라 믿고 스스로와 팀을 몰아붙였다. 그 이면에는 소리 없이 곪아가는 기술 부채, 부실한 온보딩과 문서화, 서로 다른 템포에 지쳐가는 동료들이 있었다. 사람마다 고민하고 체화하는 시간이 다르다는 걸 몰랐던 건 아닌데,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전부 같은 뿌리였다.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착각. 목적지를 맞추지 않은 채 속도만 올렸고, 소통한다고 믿으면서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꺼내지 못했고, 사용자를 안다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봤다. 
우리는 왜 이 배에 타고 있는가. 그 질문을 먼저 했어야 했다.

우리는 왜 이 배에 타고 있는가. 그 질문을 먼저 했어야 했다.

Author
About 박찬영

머릿속을 부유하는 생각들이 휘발되지 않도록 단어로 붙잡아둡니다. 무의식의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질문들이 이곳에서 비로소 온전한 글이 됩니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