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안 보이는 것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걸 '지식의 저주'라고 부른다. 무언가를 알고 나면, 모르던 상태를 상상하지 못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이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모든 맥락을 알고 있다. 왜 이 기능이 생겼는지, 어떤 구조로 동작하는지. 그래서 기능명 하나만으로 충분히 설명이 된다고 느낀다. 하지만 사용자에게는 아무 맥락이 없다.
대표가 팀원에게 방향을 공유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표는 의사결정까지의 과정을 전부 알고 있지만, 팀원에게는 결론만 전달된다. 기획자가 개발자에게 스펙을 넘길 때도 다르지 않다. 기획자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과, 문서로 전달된 그림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다.
공통점은 같다. 말하는 사람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느끼지만, 듣는 사람은 부족하다고 느낀다. 내 머릿속에 있는 맥락이 상대의 머릿속에도 있을 거라는 전제. 그게 어긋나는 순간 커뮤니케이션은 빗나간다.
그래서 상대도 당연히 알 것이라는 생각을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압축하지 않고, 생략하지 않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친절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비효율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 번의 오해를 줄이는 것이 결국 전체 속도를 높인다.

지식의 저주—말하는 사람은 충분히 전달했다고 느끼지만, 듣는 사람은 부족하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