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대표님이 피벗을 이야기했다.
미국에는 대형 유튜버가 많은데, 그들의 콘텐츠를 도서화하는 시장이 비어 있다는 거였다. 여기가 기회라고 판단했고, 이쪽으로 방향을 틀고 싶다고 했다. 확신에 찬 이야기였다.
나는 바로 동의하지 못했다.
시장이 비어 있다는 말은 두 가지로 읽힌다. 아직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기회이거나, 들어갈 이유가 없어서 아무도 안 하는 것이거나.
대표님의 판단이 전자라면, 나는 후자일 가능성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출판 모델에서도 유효한가. 영상에서 스크립트를 추출하고 LLM으로 교정하는 과정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데, 이걸 어떻게 방어할 건가. 기존 출판사가 같은 프로세스를 도입해버리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는가. 질문은 여러 개였지만, 결국 관통하는 건 하나였다.
이걸 우리가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기회처럼 보이는 것 앞에서 흥분하기 전에, 왜 비어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장에 들어갔을 때 지킬 수 있는 경쟁 우위가 없다면, 먼저 들어간 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 빈 시장을 발견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그 시장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답하는 거다.

비어있는 시장—그 시장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답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