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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런닝머신 위에서 선행지표 이야기를 하고 나니, 대표님이 바로 물었다.
"그러면 선행지표를 KPI로 잡으면 되는거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함정이 있다. 굿하트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측정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좋은 측정 지표가 아니게 된다는 것.
이게 현실에서 어떻게 벌어지냐면, 예를 들어 온보딩 완료율을 KPI로 잡는다고 하자. 팀은 온보딩 완료율을 올리기 위해 움직인다. 그런데 가장 빠르게 수치를 올리는 방법은 온보딩 단계를 줄이는 거다. 다섯 단계를 세 단계로 줄이면 완료율은 올라간다. 숫자는 좋아졌는데, 사용자가 제품의 핵심 가치를 경험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DAU를 목표로 세우면 푸시 알림을 늘리고, 리텐션을 목표로 세우면 해지 버튼을 숨긴다. 지표는 올라가는데 제품은 나아진 게 없다. 숫자가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숫자를 만들기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거다.
그래서 지표를 다룰 때 항상 경계하는 것이 있다. 지표는 방향을 확인하는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라는 것.
온보딩 완료율이 중요한 이유는 사용자가 제품의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 맥락을 잊고 숫자만 쫓으면, 지표가 좋아질수록 제품은 나빠지는 역설이 생긴다.
숫자를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지표가 올라가면 사용자에게 실제로 좋은 일이 일어나는가. 그 질문에 확신이 없으면, 지표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
대표님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선행지표를 KPI로 잡는 건 맞는 방향인데, 그 지표를 달성하는 방식까지 함께 정의해야 한다고.
숫자만 던져놓으면 팀은 숫자를 만드는 가장 쉬운 길을 찾는다. 그게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지표와 함께 "이 지표가 의미하는 것"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숫자를 올리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측정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좋은 측정 지표가 아니게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