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고객 정의

2025-02-28

넓은 고객 정의

입사 초기, 제품을 들여다볼수록 한 가지가 걸렸다. 고객의 범위가 너무 넓었다.
누구를 위한 제품인지가 선명하지 않으니, 페인포인트를 좁혀 잡기가 어려웠다. 대표님께 이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다국어 패러프레이징이라는 기능 자체가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냐"고 하셨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이지, "누가 이것 없이는 안 되는가"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기능이 구체적인 것과 고객이 구체적인 것은 다르다.

기능이 뾰족하더라도 고객이 모호하면, 제품은 비타민이 된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당장 문제없는 것. 누구에게나 조금씩 도움이 되지만, 누구에게도 필수가 아닌 것. 

페인킬러가 되려면 "특정 고객의 구체적인 문제"까지 좁혀야 한다. 그래야 기능이 아니라 해결책이 된다.

당시 정량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고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고객이 누군지 모르는 채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 거니까. 그래서 직접 사용자를 만나기로 했다. 파워 유저와 이탈 유저를 추출해서 인터뷰를 준비했다. 숫자가 말해주기 전에, 사람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야 했다.

넓은 고객 정의모두를 위한 제품은 아무도 위한 게 아니다.

답보다 질문이 오래 남는다고 믿는다. 일과 사람, 그 사이에서 마주친 질문들을 짧게 적어둔다. 본질에 가까운 마찰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익숙함 바깥의 질문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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